<규합총서>에는 향을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 가정살림에 관한 내용을 집대성한 책이라는 점에서 당시 부인들이 일상적으로 향을 만들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향은 우선 그 쓰임에 따라 나눌 수 있다. 몸에 바르는 향은 ‘도향(塗香’)이라 하는데 향수, 향유, 향약 등이 있다. 태워서 그 연기를 쐬는 것을 ‘소향(燒香)’ 또는 ‘훈향(燻香’)이라 하고 이는 환향(丸香), 말향(末香), 연향(練香), 선향(線香)으로 나뉜다.
훈향은 만들고 피우는 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편향(片香)은 나무를 어슷하게 깎아 토막을 낸 것으로 토막향이라 불리기도 한다. 향완이나 전기 향로를 이용해 그 향을 느낄 수 있으며 연기가 덜하고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분향(粉香)은 가루 향을 이른다. 다양한 문양을 가진 향틀에 가루 향을 다져 넣고 떡처럼 찍어내어 피운다. 선향(線香)은 우리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막대 모양의 향이다. 가루 향을 느릅나무 껍질이나 녹나무 가루와 같은 식물성 접착제와 반죽하여 국수처럼 길게 뽑아 만든다. 반듯하게 세워서, 또는 비스듬히 꽂아 피운다. 탑향(塔香)은 가루 향을 반죽해 작은 원뿔모양으로 만든다. 향불이 잘 꺼지지 않아 야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편리하다.
인간의 후각은 참으로 특별해서 향기로 기분이 바뀌고 때론 아스라한 기억이 소환되기도 한다. 인류가 그렇게 일찍 향을 발견하고 매혹되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른 새벽 묵직한 숲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향을 가만히 바라보자.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사그라들며 조용히 자신 속으로 침잠하는, 돈으로는 누릴 수 없는 호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