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58 SPRING 2021

#Mind share

생명도 환경도혼자가 아닌 함께

 

지난 2013년 설립된 생명다양성재단은 환경 이슈에 대응하고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사람들이 생태적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과학적·설득적 작업과 함께 예술적 방법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이끌고 있는 생명다양성재단의 사무국장 김산하 동물행동생태학 박사를 만나
숲과 자연, 삶과 환경에 대해 들어보았다.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김산하 박사
편집부
사진 한상훈

다양성에서 비롯된
고유함과 특별함

매일 똑같은 반찬에 밥을 먹어야 한다면 어떨까? 지금처럼 수많은 종류의 과일을 즐길 수 없게 된다면?
이런 단순한 상상만으로도 생물의 다양성 덕분에 인간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즐기고 선택하며 사는지 쉽게 깨닫게 된다. 지구상에 많은 생명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자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생명의 다양성이 왜 중요하냐고 묻기 시작했다. 김산하 박사는 “많은 생물이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문화가 이제는 하나하나 이유를 대야 가치를 지닌 것처럼 변해 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누군가에게 ‘너는 왜 굳이 살아야 해?’라고 묻는다면 정당하게 반론하기 힘들고 대답하기도 무안할 거예요. 그것이 바로 많은 생물의 입장입니다. 생물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다양하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생명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진화해왔다. 종이 다양할수록 생태계 안정성이 강해지고, 침입종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다. 또 가뭄이나 홍수 등 변화하는 환경에서 버티는 힘도 강해진다.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다양성은 결국 고유함을 의미한다. 수많은 사람이 각자 다른 지문을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다양하기에 고유함이 있고 그로 인해 특별함을 갖는다. 그래서 김 박사는 “생물종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마치 피카소나 반고흐 작품을 하나씩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찾아왔을 때
녹음으로 뒤덮였던 숲을 떠올려보자.
그때의 울창했던 숲이
지금은 3분의 1가량 사라졌다.
지난 한 해 숲이 사라진 비율은
최근 20년간의
평균치를 훨씬 웃돈다.

사라지는 숲,
피해는 현재진행형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도심 공원에서 매미, 여치, 왕귀뚜라미, 땅강아지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쇠딱따구리와 동고비, 상모솔새와 같은 새들도 많았다. 장소는 그대로지만, 풍경은 변했다. 이제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생물은 현격히 줄었다. 과거에는 숲속 소나무 송진에 딱정벌레 등 온갖 곤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지금은 송진에서 벌레나 곤충을 찾아보기 힘들다. 종의 감소와 쇠락의 경향은 이처럼 뚜렷하다. 김 박사는 “이는 단순히 종의 수만 준 것이 아니고 생태계 메커니즘이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하얀 나방이 산책로 철제기둥에 빽빽이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이는 생태계 교란으로 생기는 현상입니다. 종수가 줄면 서로를 견제하는 힘이 약해져서 다른 종이 늘어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찾아왔을 때 녹음으로 뒤덮였던 숲을 떠올려보자. 그때의 울창했던 숲이 지금은 3분의 1가량 사라졌다. 그중 절반은 불과 지난 세기에 파괴됐다. 지난 한 해 숲이 사라진 비율은 최근 20년간의 평균치를 훨씬 웃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둔해지면서 숲 파괴가 덜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늘었습니다.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아마존, 콩고, 동남아 등에서 벌목꾼이 기승을 부린 거예요.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하고 계속 진행 중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에서 한국도 예외일 순 없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배출 지표에서 많은 부분 낙제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한국의 환경성과지수(EPI)는 세계 60위를 기록했고, 2020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는 61개국 중 58위에 그쳤다.

깨어 있는 의식으로
다 함께 실천

숲을 보호하고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김산하 박사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깨어 있는 의식’이다. 시민이 움직여야 기업이 반응하고 그 뒤에야 정부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발점은 시민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깨어 있는 의식으로 환경과 자연에 대한 한목소리를 내 분위기와 여론을 바꿔야 한다. 생명다양성재단에서 자발적으로 관찰하고 활동하는 시민운동가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시민의식 함양과 함께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척 다양하다. 배달 주문보다는 직접 마트에 가서 물건 구매하기, 장 볼 때 장바구니나 집에 있는 비닐봉지 챙겨가기,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 등 다회용품 사용하기, 식당에서 먹지 않는 반찬은 처음부터 받지 않기 등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이다.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육류의 소비를 줄이고 대량 생산·소비·폐기에 준하는 모든 행위를 줄여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를 혼자만의 활동으로 끝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확산시켜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않으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민의식 함양과 함께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척 다양하다.
배달 음식보다는
직접 마트에 가서 물건 구매하기,
장 볼 때 장바구니나
집에 있는 비닐봉지 챙겨가기,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 등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지구가 잘 되길 바라는
‘지구심’ 가져야

숲은 지구의 허파다. 이 한마디에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모든 혜택이 담겨 있다. 숲은 공기를 정화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한다. 자원을 순환케 하고, 인류에게 필요한 다양한 목재와 약제품, 열매를 제공한다. 탄소를 흡수 저장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고 풍수해를 방지한다. 이처럼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하고 해결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을 말하기에 앞서 우리 주변에 숲과 해변, 산과 습지가 있길 바라는 마음, 우리가 사는 지구가 잘 되길 바라는 ‘지구심’을 갖는 건 어떨까.
“자연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지, 그 혜택이 무엇인지 묻는 것은 ‘가정을 이루면서 얻는 혜택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질문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해요. 누군가 희귀한 새 사진을 찍기 위해 숲에 들어갔는데, 그 새를 만나지 못했다면 분명 실망하겠죠.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의 몸은 이미 삼림욕을 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숲이 주는 혜택을 누릴 줄 모르고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죠.”
현대인의 삶은 대부분 깔끔하고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 실내에 에어컨이 작동하고 눈앞에 컴퓨터가 있고 형광등 아래 전력이 무한 공급되는 환경. 자칫 이러한 일상에 파묻혀 생물에 대한 감수성조차 건조해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송충이나 지렁이가 안 보여 거리가 깨끗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구의 사막화를 응원하는 것과 다름없다. 바깥세상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좋은 생태계가 번창하길 바라고 지원해주는 깨어 있는 의식과 지구심만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발행인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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